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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개발자, 왜 호주이민을 선택했나? 미국, 캐나다, 유럽 말고[태국에서 호주이민#4]태국에서 호주이민 2021. 1. 16. 18:36
한줄 소개 : 태국 방콕에서 사는 한러 커플(알렉스와 안나)이 호주로 이민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태국은 우리가 만나 사랑을 키워오고 결혼하여 살고 있는 곳이지만 우리에게는 어디까지나 거쳐가는 곳이다. 우리는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정착지를 고려해왔고 아래와 같은 이유로 호주 이민을 선택하게 되었다.
미국
세계적인 수준의 개발자로 성장하려면 역시 실리콘밸리로 가야지! 알렉스는 무려 1년의 기다림 끝에 3개월의 미국 여행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여행 다니기 참 좋은 여권을 가지고 있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미국 여행 비자 발급이 무척 까다롭다.
알렉스는 미국 서부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실리콘밸리의 테크 스타트업 사람들과 만나고 인터뷰도 합격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취업비자였다. 미국 취업비자 H1B는 스폰서가 있어도 추첨을 거쳐야한다. 확률은 4분의 1. 심지어 1년에 한 번 추첨을 하기 때문에 취업비자 및 변호사 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다고는 해도 기간이 너무 오래걸린다. 빠르게 성장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1년을 기다리고도 4분의 3은 추첨에서 떨어지는 H1B 비자로 인력을 수급할 수 없다.물론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테크 공룡 기업들이라면 H1B 비자 서포트가 가능하겠지만 (그물에 낚듯이 많은 이들에게 오퍼를 하고 추첨에서 당첨되는 개발자 데려오거나 추첨에서 떨어질 경우 취업비자가 안정적으로 발급되는 해외 오피스에 보내고 나중에 다른 비자 카테고리로 데려오는 등) 알렉스는 공룡기업과는 핏이 전혀 맞지 않는 타입이다. 우여곡절 끝에 1년 넘게 준비하여 H1B 비자를 지원했지만 결국 추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게 2020년 4월이었고 이미 산불처럼 번져가는 코로나 사태를 보며 미국으로 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로 크게 터진 의료보험문제, 마약, 총기사고, 홈리스 등으로 드러나는 미국의 어두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취업해서 리로케이션한다고 하면 아직도 많이 부럽다. 야망이 있고 크게 성공하고 싶다면 역시 자본과 세계최고의 인재가 집중되어있는 미국으로!
한줄 장점: 자본과 세계최고의 인재가 모여있다! 전반적으로 캐나다, 호주 대비 물가 및 집값이 낮고 임금은 높다.
한줄 단점: 빈부격차, 낮은 수준의 사회복지, 총기사고 위험. 크게 성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망하면 아주 그냥 폭삭 망할 것 같은 곳
※ 매우 주관적인 개인의 의견임을 양해바랍니다
유럽권 - 독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유럽에서 IT 스타트업으로 유망한 곳이며 독일은 석사유학 후 취업 또는 IT 취업 이민이 열려있는 곳이다. 블루카드를 통한 취업비자 및 영주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유럽권에서 취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동자의 권리가 상당히 높아 잡시큐리티가 매우 안정적이고 일찍 퇴근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유럽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사는 낙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만큼 커리어를 진취적으로 개발하거나 스타트업 등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알렉스는 독일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스타트업을 키워나가는 개발 경험을 할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테크 스타트업을 유치하고자 노력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독일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지만 춥고 어두운 기후, 낮은 임금에 높은 세율은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고 한다.
한줄장점: 안정적인 취업비자 및 영주권 확보 가능, 높은 수준의 사회 복지, 유럽 여행 가능
한줄단점: 미,캐,호에 비해 낮은 수준의 임금에 매우 높은 세율(40%이상), 현지어의 높은 장벽, 경력 개발 어려움, 춥고 어두운 기후, 이민국가가 아님
캐나다
벤쿠버가 있는 브리티스콜롬비아주는 2021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BC TECH PNP 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브리티스 콜롬비아 주의 기업에서 IT 직군으로 잡 오퍼를 받으면 매우 빠르게 취업비자 수속 및 영주권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나이, 영어 성적 등 다른 일반적인 이민 점수제 요건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잡 오퍼를 받을 만큼 유능한 인재라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H1B에서 좌절하고 호주의 좁아지는 이민 문에 고개를 내젓는 테크 인재들을 잡아두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인지라 딱 우리 가족에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캐나다는 너무 추워!
그러나 알렉스는 캐나다라는 말을 듣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러시아의 길고 어두운 겨울을 피해 태국에서 해피하게 살고 있는데 또 어둡고 추운 나라로 갈수는 없다며. 나도 태국의 따뜻한 매력에 빠져 3년 반이상 살고 있으니 십분 이해한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덥다고 생각했지만 금방 강렬한 햇빛이 주는 따스함과 생명력에 반했으니까.(그런데 왜 태국을 떠나고 싶은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캐나다가 좋은 이유
나는 벤쿠버의 아름다운 모습과 Sunshine Hour(연간 해가 뜨는 시간)를 보여주며 벤쿠버는 비가 올지언정 춥지는 않다, 영주권이 6개월 안에 해결이되고 시민권 받으면 미국 취업도 가능하고 남미 여행도 쉽게 갈 수 있다며 캐나다를 영업했다. 또한 나는 지금 커리어 전환을 목표로 공부 중인데 벤쿠버에 영주권을 받고 간다면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학교에 지원하여 로컬 학비를 내면서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우리는 또한 캐나다 사람들의 시민의식, 교육 수준 등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동안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매니저들을 겪어왔는데 신기하게도 캐나다 상사들과 일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하고 직장을 재미있게 다녔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캐나다 매니저들은 스마트하고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으며 모두에게 적당히 친절했다.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서 내 의견을 자신있게 피력할 수 있었고 타당한 의견은 잘 수용해주었다. 굳이 단점이라면 매우 개인적인 성향을 보여서 행동해서 부하직원을 이끌어준다거나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거나 하지 않아서 내가 내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한다는 것 정도? 알렉스도 캐나다 회사와 면접을 보면서 그들의 스마트하고 나이스한 모습에 반했다고 했다.
캐나다 이민의 난제 - 벤쿠버의 부동산 가격
다만 벤쿠버의 렌트비용, 평균 주택 구입 비용은 지나치게 비쌌다. 이민 정착지로 고려하는 선진국 중 좋은 IT개발 일자리가 있는 주요도시는 모두 주거비용이 무척 비싸기 때문에 우리는 2-3년 이후 주거비용이 낮고 살기 좋은 중소도시로 떠나는 선택도 고려하고 있었다. 호주의 경우 주요도시들이 전반적으로 살기 좋고 기후도 좋다. 시드니나 멜버른 집값이 평균 10억이라고 하지만 브리즈번이나 퍼스, 애들레이드 등에서는 아직 절반 이하의 금액으로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또 호주 정부는 첫 주택 구입에 대해 지원해주고 80%이상 모기지를 받아 집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의 경우 벤쿠버가 아닌 다른 매력적인 중소도시를 찾기가 어려웠다. 캐나다의 캘거리, 에드먼튼 등의 도시들도 좋은 곳이지만 대부분 춥고 겨울이 길다. 캐나다의 기후적인 단점에 대해서는 큐오라 같은 곳에 찾아보면 인도 이민자들의 좌절이 담긴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따뜻한 나라에서 잘 살아온 사람이 춥고 어두운 곳에 산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몇 년을 견뎌도 익숙해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더 고통스럽기만 하다는 것이다.
결국 알렉스는 캐나다, 호주 회사들에 모두 지원을 했고 어느 쪽이든 더 좋은 오퍼를 받는 쪽으로 이민가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햇빛과 바다가 있는 호주가 좋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시드니 테크회사가 러브콜을 보내와서 벤쿠버의 인터뷰는 모두 정리했다.장점: 미국과 유럽의 장단점 혼합,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높고 의료복지, 교육 복지 등이 잘 되어있음, 이민국가
한줄단점: 전반적으로 낮은 임금에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용, 벤쿠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춥고 어두운 기후
※ 캐나다에 가본 적 없는 자의 매우 주관적인 개인의 의견임을 양해바랍니다
호주
아름다운 해변과 깨끗한 자연, 영어권 국가, 복지가 좋은 이민 국가 라는 널리 알려진 장점이다. 러시아 사람인 알렉스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이슈가 있는 북미권 보다는 고향과 왕래하기 더 편안하다는 점이 또 장점이다. 호주가 아시아권이기 때문에 한국과 시차가 크게 나지 않고 직항 항공편이 적지 않다는 것도 한국인인 나에게 장점. 호주가 덥다지만 시드니의 선샤인 아워는 연간 평균 2500시간 가량이고 태국 방콕은 2600시간이다. 이미 태국의 더운 기후에 잘 적응하고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더위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 선샤인 아워: 알렉스에게는 이 선샤인 아워가 행복한 삶의 아주 중요한 척도라서 우리끼리 정한 기준이 선샤인 아워 2000시간 이상 되는 곳만 정착지 후보로 두기로 했다.(모스크바 1700시간, 뮌헨 1700시간, 벤쿠버는 1900시간이고 서울은 의외로 2000시간이다. 이래서 유럽 사람들은 길고 어두운 겨울이 되면 우울증을 호소하고 여름만 되면 다 뛰쳐나와 광합성 하나보다)
시드니의 추억
친구가 울릉공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시드니를 일주일 방문했었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잔뜩 신나서 부풀어올랐던 기억이 난다. 오페라하우스를 걸어가는 길 조차도 반짝이는 멋진 카페와 바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가 행복한 삶의 순간을 누리고 있었다. 가장 저렴한 표를 사서 라뜨라비아따를 관람했었다. 무대의 절반만 간신히 보이는 박스석이었지만 모든 것은 완벽하게 멋있었다.
시드니의 공원 곳곳을 구경하고 갤러리에서 미술작품도 보았다. 갤러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도인 같은 복장의 노인이 있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또 그런 복장을 하고 다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가 좋았다. 시드니를 떠나는 날 아쉬움을 달래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면서 달링하버까지 걸어다니느라 비행기를 놓칠 뻔 했던 기억이 난다.
오스트레일리아 드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호주는 30대 초반의 이민자 커플이 오로지 자력으로 집을 마련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산을 모으고 살아갈 수 있을 만한 좋은 도시들이 있다. 시드니 취업을 시작으로 영주권을 받고 호주의 첫 주거 지원 비용, 80%이상의 모기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 계획이 그려진다. 풀타임 근무가 주 38시간이며 휴가는 한 달이상 갈 수 있는 직장문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저녁있는 삶, 가족과 함께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이민자도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과 같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곳. 자연을 보존하며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어나가는 사람들과 살아갈 수 있는 곳. 언제나 따뜻한 햇살과 깨끗한 공기를 누릴 수 있는 곳이 호주라고 생각한다.
알렉스는 사실 지구상에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곳은 없다고 말한다. 그나마 차선택으로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삶을 꾸리기 위해 도전해보는 것일 뿐이라고. 마음 속에서 시드니를 점점 환상적인 이상향으로 꿈꾸고 있는 내가 막상 도착해서 이민자의 어려움에 부딪히게 될까봐, 실망하고 좌절하게 될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한순간이라도 빨리 가고싶다. 시드니.
한줄장점: 연중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 깨끗한 자연,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 높은 임금과 적당한 세율
한줄단점: 까다로운 비자 및 영주권 요건, 북미 및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섬, 높은 주거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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